2019-12-16 | 패션인사이트 855호 |
뒤죽박죽 고객, 도대체 누가 진짜 우리 고객이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브랜드 포지셔닝 전략
중국 진출한 한국 A브랜드의 온라인 포지셔닝 사례를 중심으로
A브랜드는 2014년 중국에 출시한 후 현재 200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다. A가 속한 中 영 트렌드 캐주얼 시장은 트렌드 반영 속도가 빠르고 가격민감도가 가장 높다.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 중 20~30%가 매월 순위에서 밀려나는 등락폭이 가장 심한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A는 세련되고 과감한 디자인으로 유통MD들도 추천할 정도로 강소 브랜드로의 입지를 다진 듯 보였다. 그런데 2년 전 A브랜드에 ‘매출 답보’라는 위험신호가 왔다. 사드로 인한 한류열풍 하락과 중국내 소비심리 위축이라지만, A가 힘든 이유는 다소 달랐다.
A가 속한 시장은 여전히 호황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A의 소비층이던 1선 도시의 세련되고 젊은 여성고객이 좁은 공간에 옷만 즐비한 백화점에 더 이상 가지 않는 것과 엎친데 덮친격으로 쇼핑몰에 즐비한 가격이 저렴한 SPA 브랜드조차 가격을 따져 가며 구매를 하는 것이다. 이제 트렌드와 가격, 모두를 요구하는 좀더 깐깐해진 고객들이 된 것이다. A는 대세가 된 온라인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로 했고, 특히 안팔리는 상품을 소진하기 위한 재고 소진 방식을 탈피하고 싶어했다. 티몰은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 확산하는 가장 중요한 채널이다. 이런 티몰에서 성공한 상품과 마케팅을 역으로 오프라인에 적용해 침체된 오프라인을 살리겠다는 의도였다.
F&PLUS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1단계 고객정의와 경쟁자 파악 △2단계 포지셔닝맵 △3단계 3대 일치도 △4단계 타겟팅 등 단계적 프레임워크(Frame Work)로 진행하기로 했다.
◇ 1단계 (고객정의, 경쟁자 파악)
컨설팅은 고객정의부터 시작된다. 진부하지만 ‘론칭’은 고객을 정의하는 것이 전부다. 1)무슨 옷을 2)얼마에 3)어디와 비교하고 4)언제 사는지 조사를 통해 단서를 모아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조사를 하면 구체적으로 고객정의도 되지 않고 헛도는 기분이다. 왜냐하면, 타겟이 되는 시장이 크면 고객 정의가 모호해진다. 반대로 너무 세밀하게 정의하면 마켓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상품에 반영된다면 전자는 두리뭉실하기 때문에 뻔하고 흔한 상품이 출시되어 가격경쟁의 출혈만 심해질 것이고, 후자는 고객층이 좁아 큰 매출 기대가 어렵다.
고객 정의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패션시장이 더 버라이어티 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마이크로 트렌드가 함정처럼 시장 곳곳에 숨어있다. 때문에 나이, 성별 같은 기존의 리서치로 고객을 확인하는 것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넓은 땅과 인구만큼 소비층의 다양성이 더 크다는 것은 중국진출 기업들이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것을 리서치로 해결하기에는 고비용과 원하는 속도로 결과를 얻기 또한 어렵다. 대안으로 빅데이터가 뜨는 이유가 빠른 속도와 저비용이며 고객의 솔직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단계 (포지셔닝. 맵)
‘경쟁사보다 20% 더 싸고, 2배 더 튼튼한’과 같은 단편적인 포지셔닝은, 앞서 언급한 버라이어티한 시장 상황에서 모호한 고객정의를 내리는 리서치 오류의 전형적인 예다. A와 같은 중소형이나 신규 브랜드의 경우에 고객의 인식이 얕기 때문에 빅데이터로 경쟁구도를 파악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고객이 알고 있는 경쟁사로 유추하자는 것이다.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SNS상의 빅데이터로 모으고, 고객이 어느 경쟁사부터 비교하는지, 무슨 아이템을 얼마에 비교하는지, 어떤 점을 비교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고자 하였다. A는 론칭시 목표한 포지셔닝과 현재의 위치가 전혀 달랐다. 예상치 못했던 시장군에 위치해 있는 동안 경쟁사들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중 가장 유용한 정보는 A의 이탈 고객이 가는 다른 브랜드에 대한 일련의 연결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A의 유실고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34개의 경쟁사를 선정했고, 각각의 개별 브랜드의 고객들이 사용하는 연관 검색어 순위에 따라 브랜드간 거리를 재배치했다.
A의 고객은 여성복 시장을 총 6개로 나눠 생각하고 있고, A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그 안에서 각각 비교 한다는 것이다. 보통은 1~2가지 시장군에서 비교를 하기 마련인데, 여러 시장군에 걸쳐 넓게 뿌려져 있다는 것은 고객이 상품을 사는데 고려하는 변수가 다양하거나 브랜딩이 얕아서 고객층이 흩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확한 시장군 선정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다. A는 시장군 선정에 앞서서, 각각의 시장군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다.
◇ 3단계 (3대 일치도)
시장과 3대 일치도 확인. A 사례로 보면 첫째, 고객프로필은 어디와 가장 유사한지 둘째, 상품의 디자인은 어디와 가장 유사한지 셋째, 가격의 범위와 실제 구매가는 어디가 가장 유사한지를 찾았다. 놀라운 결과가 있었다. A의 고객은 고객층이 가장 어린 영트렌드군과 유사하지만, 상품은 일본풍에 가까웠고, 가격은 6개 시장군 중에서 가장 고가인 트래디셔널캐주얼과 동일했다.
A의 3년간 의도한 포지셔닝 전략은 글로벌풍 내에서도 디자인 감도가 높은 상품 중심을 SPA보다 고품질에 제안한다는 것이었다. 오프라인에서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3가지 유사성 지표 중 그 어떤 항목도 고객의 입장에서 글로벌풍과 닿아있지 않았다. A는 온라인 마케팅에 소홀하지 않았다. 단지 매장환경과 입점위치가 주는 현장 효과가 온라인에서는 없었을 뿐이다.
◇ 4단계 (타겟팅 전략)
타겟팅의 최종 선택이 남았다. 오프라인과 동일하게 6개 시장군 중에서도 글로벌풍을 타겟하여 기존의 온라인 마케팅 운영을 보완하는 것이 나은 방법인가? 이 방법을 취한다면 고객 인식상 가장 먼 곳에서부터 포지셔닝을 시작하는 것이 된다. 독자라면 어떤 시장을 선택할 것인가? 이번 사례에 대한 최종 선택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기며 오픈 결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A 사례를 통해 기존의 전통적 조사 방식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어떻게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살펴 보았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은 고객의 숨은 니즈와 보이지 않던 경쟁자를 알게 하고 포지셔닝 맵과 타겟팅을 정하는 과정에 빠르고 정확하게 활용될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자원이며 기술임을 재차 강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