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1 | 패션인사이트 847호 |
왕홍 ‘장다이’, 미국 나스닥 상장
왕홍, 브랜드 조력자에서 경쟁자로 올라서
2019년 4월 3일 중국 이커머스 역사에 또 하나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바로 왕홍 스타였던 장다이가 왕홍에서 시작해 개인 브랜드를 넘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게 된 것이다.
중국의 대표 왕홍 장다이가 지난 4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중국 왕홍 중에서는 처음으로 상장 소식을 전하며 지난 10년간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여러 감초 역할을 해 온 왕홍의 가치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는 전세계가 중국 왕홍에 대하여 높게 평가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부여한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 왕홍은 브랜드의 매출을 돕는 조력자가 아닌 브랜드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왕홍은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왕루어와 핫한 사람을 의미하는 홍런을 혼합한 단어이다. 실생활이나 인터넷 상에서 특정 사건이나 행동으로 네티즌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2000년대 중반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통해 자신의 라이프, 재능, 특기 등 자신만의 콘텐츠를 소개하거나 독특한 발언으로 화제가 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왕홍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로 바이두에서 많은 이들이 검색하면서 스타로 등극하게 됐다. 이때는 주로 콘텐츠성 왕홍이 활동하는 시기였다.
왕홍이 본격적으로 소비 시장과 연결되기 시작한 것은 모바일 시대의 도래와 웨이보(微博)로 대표되는 SNS가 발달하면서부터다. SNS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면서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팬들이 팬덤을 형성하게 됐고, 왕홍은 인기와 더불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주체로 부상하게 됐다.
2014년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기 시작한 빠링호우(80后, 8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 지우링호우(90后, 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의 특성인 모바일, 시각적 요소, 재미 등을 갖춘 이들이 시장을 이끌었고, 2015년부터는 ‘왕홍경제’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게 됐다.
왕홍의 영향력과 그들이 소유한 팬덤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브랜드들은 왕홍과 연합해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단시간 내 기존 전통 광고에서 얻을 수 없는 엄청난 효과를 거두었고 왕홍의 위치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이후 제품을 홍보, 판매하는 광고형의 커머스 왕홍 등이 급증하는 시기가 됐다. 2017년에 들어서 1인 방송과 라이브 방송이 커머스의 주요한 마케팅 요소로 등장하며 재치 있는 말솜씨와 판매 기술을 가진 왕홍 등이 해당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K-BEAUTY FESTA 왕홍라이브 판매대전에 참가한 리신위 부부
◇ 1인 브랜드로 성장한 왕홍
많은 팬들을 보유한 왕홍은 단순히 브랜드의 제품 홍보, 판매를 넘어 자신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기 시작했다. 타오바오뿐 아니라 티몰에서 전통 브랜드를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이제 단순한 유명인이 아닌 매력적인 브랜딩 요소를 갖춘 하나의 회사로 거듭났다.
티몰의 각종 카테고리에서 TOP 50위에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가 올라온다면 왕홍 브랜드일 확률이 굉장히 높다. 초기에는 자신의 브랜딩과 팬덤을 활용한 단순한 상품 유통 단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본인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 유통, 제조하며 전 영역을 아우르는 왕홍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이 변화하는 시장의 혜택을 누렸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변화하는 시장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또 하나의 유사한 왕홍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그 자리를 채워나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도 끊임없이 트렌드를 파악하여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다른 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과 목적이 분명한 왕홍만이 장기적으로 생존하며 이름이 기억될 것이다.
중국 왕홍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라빠레뜨’ 핸드백
왕홍은 현재 중국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그만큼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넓고 복잡한 중국 시장에서 자신의 브랜드와 상품을 알리기 위해서는 이들이 구축해 놓은 많은 팔로워와 인프라를 잘 활용하는 것이 빠른 시간 내에 중국 시장에서 안착하는 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이 이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거나 도리어 이들에게 이용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왕홍을 통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래 3가지 사항을 기억하면 된다.
첫째,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단 한 번의 왕홍과의 협업으로 큰 효과를 거두는 것은 드물고, 효과가 크다고 할지라도 단기적인 경우가 많다. 둘째, 왕홍을 활용하는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 왕홍을 통해 상품을 광고하기 위한 것인지,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협력해야 하는 왕홍뿐 아니라 채널도 달라지게 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만 있다면 좋지만 어렵다면 두 가지 목적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양측 모두가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셋째, 자신의 브랜드•상품과 맞는 왕홍과 협업해야 한다.
화장품, 패션, 건강용품 등 해당 카테고리에서 유명하고, 팬 수가 많다고 해서 꼭 진행하려고 하는 상품이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해당 왕홍이 이전에 진행했던 상품 중에서 어떤 상품과 기능,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효과가 컸는지를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 협력할 왕홍을 선택한다면 인지도는 낮더라도 오히려 최고의 왕홍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왕홍이 너무 많고, 많은 이들이 왕홍 마케팅을 펼치기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는 시기는 지나갔다고 말한다. 그래도 현재 그 어떤 마케팅보다 왕홍과의 협업이 단 시간에 브랜드를 알리고 폭발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이전보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왕홍과의 협업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한국 브랜드들이 수 많은 왕홍 속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잘 알려줄 수 있는 보석같은 왕홍을 찾아 성공 스토리를 이어나가길 기대해 본다.